(2020년에 작성한 글을 옮긴 게시물입니다.)
한국에 있는 우리 랩의 입실 조건 중 하나는 '미국 유학'이다! 미국으로 박사 유학을 가겠다는 포부(?)가 있는 자만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입실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GIS를 세부전공으로 석사 공부를 하다 보니 Urban Planing에 관심이 생겼고, 목표로 하는 대학의 Ph.D. in City and Regional Planning 과정은 College of Design에 속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College of Design에는 Regional Planning뿐만 아니라 Architecture, Building Construction 등의 다양한 전공 분야가 있었다. 평소에 작품으로서의 건축물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 최근 우연히 건축가를 만나 친해지게 되었고, 우연히 친구에게 이 책을 추천받게 되면서.. 우연의 연속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대학 입학 전에 다른 과 친구들과 함께 듣던 예비 수업에서 '1년만 지나도 서로 전공이 달라 친구와 대화가 통하지 않게 된다'던 선생님의 농담이 떠올랐는데, 건축학자들은 세상을 어떤 눈으로 보는지 궁금했다.
책 초반에는 건축학자의 눈으로 보는 도시, 도로, 유명한 건축물, 사건 등을 해석해 준다. 지리학 수업에서 다뤘던 의견과 비슷한 부분도 있었고, 새로운 심리학적, 건축학적 시각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건축학적 설명을 읽다 보니, 유명한 건축물을 테마로 하는 여행도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건축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 시대의 '건축 기술력, 문화적 가치, 경제적 배경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합쳐'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리학 수업에서도 경관, 공간, 장소 등과 함께 문화, 경제, 정치, 교통 등을 복합적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지리학과 건축학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후반부에서는 '한국적인 건축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국적인 것과 조선적인 것은 다르다'라고 하며, '그 시대의 수요와 기술에 가장 맞는 건축을 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내어놓았다. 책 앞 부분에서 또한 '서울만의 독특한 스카이라인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 시대의 건축적 숙제'라는 도전을 던지기도 했었다. 4년 전, 미국, 노르웨이, 베트남 등에서 온 친구들과 도시 지리학이라는 영어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교수님이 그 친구들에게 서울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축물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경복궁, 광화문 등의 대답이 나왔다. 그러나 그중 한 명은 제2롯데타워라는 대답을 했다. 평소 한국적인 건축물은 조선시대 건축물이고, 이 건축물들이 서울을 대표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나에게는 꽤 충격적인 답변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도시 지리학 수업 때 느꼈던 충격이 다시 떠올랐고, 한국적인 건축물이란 무엇인가를 구체화하여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무심코 걸어내려갔던 교회 예배실의 내리막길 복도가 보이기 시작했고, 건축을 예로 하여 동양과 서양의 가치관 차이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적인 것이 꼭 조선적인 것은 아니라는 말이 가장 충격적이고 인상적이었다. 며칠 전에 유튜브에서 CF 감독과 영화 마케터가 자기가 살 집을 직접 디자인하여 건축을 의뢰한 사례를 보았다. 나 또한 건축학자는 아니지만 한국적인 건축이 무엇일지 함께 고민하면서, 나중에는 나의 철학을 직접 담아 디자인한 '한국적인'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소개된 곳 중에서 몇 개 뽑아본, 직접 보고 싶은 건축물들
작은 교회 건물을 그대로 두고, 그 위로 빌딩을 올린 뉴욕의 시티콥 센터
오픈된 광장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
내부가 파랑, 녹색으로 장식되어 블루 모스크라고도 불리는 터키 술탄아흐메드 모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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