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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non-Novel

[책방] 김수련 등 - 포스트 코로나 사회

by lucky__lucy 2023. 5. 12.

(출처: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046842)

김수련 , 김동은 , 박철현 , 김민아 , 심민영 , 김창엽 , 우석균 , 백소영 , 조한진희 , 정석찬 , 박한선 - 포스트 코로나 사회

 

 

2021년, 코로나를 주제로 졸업 논문을 쓰면서 도움 될만한 내용이 있는지 궁금해서 읽어봤다. 앞부분은 간호사들의 에세이가 있고, 뒷부분에는 각 학계 전문가들의 글이 있었다. 내가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주로 뒤 쪽에 있는 글들이었다. 코로나19를 '중국' 또는 '우한' 바이러스라고 불러서 안 될 이유들이 나열되는데, 깊이 생각해 볼 만한 주장이었다. 그래서 기록하고 싶은 문장들도 많다.

"2019년 11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코로나19는 중국인들의 식습관 혹은 중국 정부의 생물학무기 개발 실험으로 인해 확산되었다는 강력한 탄생 설화를 갖고 있다. 주로 야생 박쥐에게서 발견되는 이 바이러스가 실제로 어떻게 사람에게 옮겨졌는지는 여전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두 가설은 온라인 바이럴 영상과 미-중 갈등 구도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코로나19가 인종화되는(racialized)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시아계가 소수인 사회에서 다양한 아시아계 민족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며, 그럴 필요를 느끼는 사람도 적다. 코로나19가 '중국 바이러스'라 불리면 중국계는 물론 한국계, 베트남계, 일본계, 중국계, 몽골계 등 상상 가능한 모든 '아시아인'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인종차별주의는 편의상 아시아 및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인식적 차원), 인식을 형성하고 확산시키는 매체의 문제(담론적 차원), 아시아계 시민에 대한 낙인찍기와 폭력(수행적 차원), 아시아계 시민에 대한 배제(제도적 차원)로 나눠볼 수 있다. 코로나19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식 차원의 인종차별주의는 '황인종은 백인종에게 위협이 된다'는 황화론(yellow peril)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이후 미국에 '원격 근무자' '필수 노동자' '임금 체불자' '잊힌 자' 등 네 개의 새로운 계급이 등장했으며, 이 가운데 '원격 근무자'를 제외한 나머지 세 집단은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갖추지 못했는데, 이 세 집단의 주를 이루는 인구가 바로  라틴계와 아프리카계 노동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리해 보고 싶었던 것들은 두 가지이지만, 둘 다 인종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먼저, 코로나19의 인종화는 차별을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들을 요약해 보자면, 아시아계가 소수인 사회에서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등으로 세세하게 구별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그럴 필요성을 느낄 사람도 적다. 따라서, '중국' 바이러스로 인종화시켜 묶어 칭한다면 '중국인'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모든 아시아계 사람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미국에 있을 동안에는 다행히 코로나로 인한 공격적인 차별 행위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나를 중국인으로 오해하여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을지 두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아시아계' 사람으로서 코로나19를 빌미로 차별 행위를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아시아계를 발견하고 멀찍이 떨어져 걸어가는 어쩌면 가벼운 차별 행위(이건 학교 캠퍼스에서 당해봤다)부터 매스컴에 등장하는 심각한 수준의 폭력과 살인까지.

두 번째로, 코로나로 비교적 더 많은 피해를 입는 인종이 있다는 것이다. 졸업 논문을 준비하면서 읽었던 다수의 해외 논문에서도 (주로 미국)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인종은 라틴계와 아프리카계 노동자들이라는 동일한 분석 결과가 있었다. 그 예시로, 필수 근로자의 정리해고 후 가구 밀집으로 확진자가 증가하는 것이 발견되었고, 붐비는 주택이나 필수 직장으로 통근하는 비율은 흑인, 히스패닉, 저소득층에서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특정 인종이 사회/경제/정치적 문제로 감염 예방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는 다수 이루어졌다.

하나의 질병으로 발생한 사회 현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이해하고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 ​참고하면 재미있는 논문

Almagro, M., Coven, J., Gupta, A., & Orane-Hutchinson, A. (2020). Racial disparities in frontline workers and housing crowding during COVID-19: Evidence from geolocation data. Available at SSRN, 3695249.

 

 
포스트 코로나 사회
처음 경험하는 21세기 팬데믹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이해와 체화, 성찰과 축적의 제안들 일곱 번째 코로나바이러스의 출현이다. 그러나 이번엔 차원이 다르다. 우리는 처음으로 ‘팬데믹’, 세계적 대유행의 실체적 의미를 우리 자신의 것으로서 경험하는 중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라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를 통해서. 그리고 세계화, 자본주의, 동아시아, 첨단기술, 기후위기, 국가재난이라는 맥락 안에서. 이 책이 본격적으로 기획된 것은 2020년 3월 셋째 주. 3월 25일을 기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 누적 통계상 4만1680명의 감염자, 1만8573명의 사망자가 나온 시점이었다. 국내 첫 감염자가 나온 이후 약 두 달의 시간, 두 숫자가 각각 520만6614와 33만7736(5월 27일 기준)으로 늘어나는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드러낸 이 사회와 인류의 문제는 어느 한 분야만을 진단하기에 그 양상과 여파가 전 사회적인 동시에, 전 지구적이었다. 21세기 이후 처음 경험하는 규모의 팬데믹, 사회-정치-경제-문화-과학-환경을 아우르는 체제 수준의 감염병은 과거의 일상을 낯설게 만든 것은 물론 가깝고 먼 미래에 대한 전망까지도 바꾸어놓으며 그 사이에 끼인 현재의 무수한 경험을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갈라지게 만들었다. 가능했던 것들은 가능성을 기약하기 어려워졌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가능성은 기나긴 의심의 터널을 지나 증명의 시험대에 올랐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코로나19가 불러일으킨 논의는 의료현장과 방역기술, 질병의 은유라는 차원을 넘어 의료현장, 보건, 인권, 트라우마, 국제정치, 종교, 소수자, 노동자, 여성, 돌봄, 불평등, 인종주의,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는가 하면, 인류가 경험한 역사적 감염병들의 기억을 소환했다. 이 논의들을 딛고 수많은 사람이 포스트 코로나와 뉴 노멀을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아직 과정의 복판에 있으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다짐과 전략을 요구하는지 알지 못한다. ‘K-방역’의 성과에 우쭐해하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조심스레 이야기하는 이 순간에도 떨쳐지지 않는 불안과 공포는, 우리가 아직 코로나19라는 사건을 이해하지도 지나오지도 못했다는 현실인식의 반영이다. 이 책은 전 방위에서 우리 앞으로 밀어닥치는 코로나19의 여파들을 이해하고 체화해 유의미한 축적을 이루어야 한다는 지금의 과제에 대한 현장과 학문의 응답이자 모두가 함께해야 하는 성찰로의 초대다.
저자
김수련, 박철현, 심민영, 김민아, 김동은, 김창엽
출판
글항아리
출판일
20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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