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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Novel

[책방] 김연수 -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by lucky__lucy 2023. 3. 15.

(출처: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779414)

 

2021년 4월, 김포 공항에서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 일정이 1시간째 연착되길래, 학교 전자책 도서관에 들어가 책을 빌렸다. 김포 공항,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 안 그리고 대구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내 읽은 책이라 제주도의 바람과 바다 냄새 그리고 여행의 설렘이 한데 묶여 기억에 담긴 책이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문장도 발견할 수 있었고, 반짝이는 예쁜 문장들도 많았다. 

 

논문 준비하면서 봤던 드라마가 동백꽃 필 무렵이었는데, 이 책의 주인공 이름도 동백(camila)에서 따온 '카밀라'다. 카밀라는 태어나자마자 미국으로 입양을 갔다가 친모를 찾아 한국으로 왔다. 이제까지의 카밀라 인생은 25kg짜리 박스 6개로 요약될 수 있었는데, 양부모 집에서 지낼 때 사용한 물건들이다. 카밀라는 이 박스에 담긴 물건들을 주제로 책을 쓰고, 한국으로 가서 친엄마를 찾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빈 잔은 채워지기를, 노래는 불려지기를, 편지는 전해지기를 갈망한다.
마찬가지로 나는 돌아가고자 한다.
진짜 집으로. 나의 엄마에게로.”

카밀라는 친엄마가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억울한 일들에 엮여 강제로 입양 보내진 아이가 카밀라 포트만, 한국 이름 정희재였고,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이것이 정희재의 엄마, 정지은의 마음이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나’라는 일인칭 세계에서 ‘너’라는 타인에게로 시야를 넓혀온 김연수가 나와 너, 그리고 우리, 그 전체를 조망하는 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태어난 지 일 년도 안 돼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되어 작가로 자란 한 여자가 자신의 과거를 알기 위해 한국 진남으로 향해 섬뜩하고 고통스러운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자신의 이름이 어째서 카밀라인지에 대한 물음에 “카밀라는 카밀라니까 카밀라인 거지”라는 무책임한 대답 말고는 들을 수 없는, 불완전한 과거조차 갖고 있지 못한 한 여자가 있다. 카밀라는 양부에게서 건네받은, 앳돼 보이는 여자가 어린아이를 안고 동백나무 앞에 서 있는 사진 한 장에 의존해, 한국 진남으로 향한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자신의 과거와 친부모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약속한 듯 진실을 감추려 든다. 진실에 가닿기 위한 모든 것이 가로막힌 상황에서 카밀라는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한 번 더 용기를 내기로 결심한다. 카밀라가 태어난 해인 1988년. 카밀라의 엄마 정지은은 친오빠의 아이를 낳았다는 추악한 소문에 휩싸인 채 모두의 외면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이를 입양 보내게 되었고, 외롭게 바다 속으로 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불경한 소문은, 그 나잇대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질투심에서 시작되었다. 진실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고개를 돌리고 싶어지는 사실들만이 떠오르지만 카밀라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그 심연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저자는 우리에게 서로가 건너기 힘든 아득한 심연이 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엄마가 자신을 낳아서 자신이 존재할 수 있었다면, 이제 자신이 엄마를 생각해서 엄마를 존재할 수 있게 해야만 한다는 카밀라의 결심을 통해 확신과 정답으로 가득한 세계만이 진실이 아니며 카밀라, 혹은 우리가 다양한 경우 중에서 선택해서 받아들이는 것 역시 진실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저자
김연수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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