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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Novel

[책방] 히가시노 게이고 - 녹나무의 파수꾼

by lucky__lucy 2023. 1. 15.

(출처: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833594)



<편지>처럼 이 책도 감동소설에 속하는 책이지만, 녹나무의 힘을 추리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어서 재미있었다.

주인공 레이토는 자기가 일하는 공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하자, 공장 물건을 훔치다 주거침입, 기물파손, 절도미수로 유치장에 가게 된다. 그런데 한줄기 빛처럼 레이토를 구해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레이토의 이모 격인 야나기사와 치후네였다. 치후네는 레이토의 어머니와 이복 자매인데 그동안은 전혀 왕래가 없던 사이였다. 부자인 치후네가 레이토를 구해주기로 한 조건은 한 가지, 신비한 힘이 있는 녹나무의 파수꾼이 되어달라는 것이었다. 미래 계획도 돈도 없던 레이토는 어쩔 수 없이 그 조건을 수락하게 된다. 레이토는 녹나무의 어떤 신비한 힘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책임감을 갖고 녹나무에 예념을 하러 오는 손님들을 맞는다. 그러던 중, 예념자인 아버지의 비밀을 캐내겠다며 찾아온 사지 유미를 만나게 되면서 유미와 함께 녹나무의 힘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22장이 되어서야 녹나무의 정확한 역할이 나온다. 초반은 녹나무의 역할이 무엇인지 전혀 가늠이 안되어 좀 지루하게 느껴졌다. 후반으로 갈수록 녹나무의 역할도 조금씩 눈치채지고, 레이토가 성숙해지는 모습과 치후네와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재미있어졌다.

 



“원래 이곳은 그런 성격의 호텔이 아니었어요. 고객 한 분 한 분에게 각각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서 다시 오고 싶다, 해마다 머물고 싶다, 라고 기억해주실 만한 호텔을 목표로 했으니까요. 고객이 떼로 몰려들지 않더라도 몇 번씩 재방문해주시는 고객이 일정 수 있어주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거예요. 그런 점에서 마사카즈 측에서 계획하고 있는 대형 리조트와는 콘셉트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야나기사와 치후네가 운영하는 호텔 야나기사와에 대한 컨셉이다. 여행을 가서 호텔에 묵거나 호캉스를 할 때, 또 묵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호텔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호텔 야나기사와처럼 고객 한명 한명을 소중히 생각하는 호텔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또 가고싶은 호텔이 될 것 같다.


“형님께서 녹나무에 맡기신 것은 본인 자신의 염원, 즉 마음입니다. … 언어의 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생각 모두를 언어만으로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녹나무에게 맡기시도록 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그믐날 밤에 녹나무 안에 들어가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것을 염원합니다. 그것을 저희는 예념(預念)이라고 합니다. 염원을 맡긴다는 뜻이지요. 예념을 하는 사람은 예념자라고 합니다. 녹나무는 예념자의 그 모든 생각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보름날이 다가오면 그것을 뿜어냅니다. 그때 녹나무 안에 들어가면 그 염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혈연관계인 사 람뿐이지요. 이런 편지를 남기신 것을 보면 형님께서는 어머님이 받아주시기를 원했던 것 같군요."

소설의 후반에 드러난 녹나무에 대한 비밀이다. 유언은 글만 남기지만 녹나무는 마음과 내면의 모든 민낯들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으니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5년에 등단한 후 약 10년 동안은 무명 작가였다고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작품을 너무 많이 쓰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있는데, 그가 작가 생활 내내 꾸준히 글을 써온 것들이 이제서야 빛을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무명일 때도 유명해 졌을 때도 1년에 2~3권씩 꾸준히 써오고 있다고 하는데 그 끈기와 성실함은 배울만한 점인 것 같다.

가고시마 녹나무 (출처: https://www.kagoshima-kankou.com/kr/attractions/11083)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녹나무 (출처: https://namu.wiki/w/녹나무)

일본에서 가장 큰 가고시마 가모신사 녹나무는 수령 1,500년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기둥 안에 약 13제곱미터의 공간이 있다고 한다.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나무도 녹나무라고 하니 어쩌면 나에게 친근한 나무였던 것 같다.

 


 

등장인물

- 야나기사와 야스요. 치후네의 할머니
- 야나기사와 치후네. 미치에와 이복 자매, 레이토의 이복 이모

- 나오이 소이치. 치후네와 미치에의 아버지
- 나오이 후미. 소이치의 새 부인, 레이토의 할머니
- 나오이 미치에. 후미의 딸, 레이토의 어머니
- 나오이 레이토. 주인공, 월향신사 종무소 관리주임.  - 사지 히로유키. 유미의 할아버지

- 사지 다카코. 유미의 할머니
- 사지 기쿠오. 도시아키의 형
- 사지 도시아키. 유미의 아버지
- 사지 유미.

- 야나기사와 마사카즈. 기쓰시게의 형
- 야나기사와 기쓰시게. 치후네와 재종 관계. 치후네의 어머니의 사촌동생의 아들

- 오바 도이치로. 소키의 아버지
- 오바 소키.
- 후쿠다 모리오. 회사 임원 - 구와바라 요시히코. 호텔 야나기사와의 총지배인

 
녹나무의 파수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잇는 감동 소설을 들고 온 히가시노 게이고. 『녹나무의 파수꾼』은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라는 다소 황당무계해 보이는 설정이지만 저자는 대가다운 솜씨를 발휘해서 그 나무의 능력을, 그리고 그 나무에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의 사연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정말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 어딘가에서 감동이 툭, 하고 번져오게 될 것이다. 천애고아, 무직, 절도죄로 유치장 수감 중. 그야말로 막장인생 그 자체인 청년 레이토. 그런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묘한 제안이 찾아온다. 변호사를 써서 감옥에 가지 않도록 해줄 테니 그 대신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 제안을 받아들인 레이토 앞에 나타난 사람은 지금까지 존재를 알지 못했던 이모라고 한다. 그녀는 레이토만이 할 수 있다며 ‘월향신사’라는 곳의 ‘녹나무’를 지키는 일을 맡긴다. 그 녹나무는 이른바 영험한 나무로,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러 온다. 그러나 단순히 기도를 한다기엔 그 태도에는 무언가 석연찮은 것이 있다. 일한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레이토는 순찰을 돌다 여대생 유미와 마주친다. 유미는 자신의 아버지가 여기서 도대체 무슨 기도를 하는지 파헤치려 뒤쫓아 온 것. 레이토는 반은 호기심에, 반은 어쩌다보니 유미에게 협력하게 된다.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
소미미디어
출판일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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